[에디터의 눈] IBK기업은행 사태, 김사니 대행만 사라져 주면 해피엔딩?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9 23: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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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K기업은행 김사니 감독 대행(사진: 연합뉴스)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의 팀 이탈로 촉발된 IBK기업은행 사태가 어느새 '김사니 죽이기' 내지 '김사니 희생양 만들기'의 양상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IBK기업은행이 새로운 단장 선임과 함께 사태를 촉발시킨 조송화를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 회부하는 한편, 외국인 선수 교체와 신임 감독 물색 등의 팀 쇄신 방안을 대외적으로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배구인'들이나 대다수 언론의 보도는 마치 김사니 감독 대행만 사라져 주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팀을 무단 이탈한 코치를 감독 대행의 자리에 앉히고, 팀을 이끌던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한 구단의 조치가 비상식적이며, 결국 김 대행이 서남원 감독을 팀에서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기저에 깔려 있어 보인다.    

 

최근 언론들은 김사니 대행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입장을 요구하면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목조목 뜯어내 시점에 따라 비교하면서 김사니 대행을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말을 뒤집는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사태 초기 나돌던 선수들의 태업 의혹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선수들의 태업 문제가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울 뿐더러 태업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가는 현재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은 2020 도쿄올림픽 4강 주역들까지 엮이게 되면서 자칫 보도를 한 언론이 팬들의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자들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는 추측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IBK기업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던 이정철 전 감독은 이번 사태에 대해 선수들과 서남원 감독 사이에 신뢰가 무너졌음을 지적한 바 있다. 선수들과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서남원 감독이 벤치를 지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는 지적인 셈이다.   

 

감독과의 정상적인 소통을 거부하고 팀을 이탈한 조송화는 물론 김사니 대행 역시 앞으로 IBK기업은행과 동행하기는 어려은 상황이다. 김 대행 본인이 어떤 희망사항을 가지고 있는지와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김사니 대행이 누구로부터 악수를 거부 당했다는 식의 보도로 배구계의 집단 따돌림을 유도하거나 김 대행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고 억측성 보도를 이어가는 것은 질서 있는 사태 수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IBK기업은행 구단에서도 밝혔듯 남은 선수들은 현재 심리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는 앞으로 신중해져야 한다.  

 

IBK기업은행이 앞으로 새 감독을 선임하고 선수들이 안정을 되찾아서 남은 시즌을 무사히 치러내기 위해서는 배구계와 팬들, 그리고 언론까지 냉정해 질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사태 전개 과정 가운데 일부 언론이 보여준 감정적 대응은 과연 이번 사태의 질서 있는 수습을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팬들의 혐오 의식과 분노를 부추겨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IBK기업은행 사태는 이제 노출된 갈등 상황에 대해 구단에서 발표한 수습책대로 차분히 실천해 나가도록 시간을 줄 시점에 와있다. 

 

구단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구단이 할 일이다. 팬들이나 언론은 그 과정에 나름의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그것이 강요나 일방적인 비난의 형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송화와 김사니 대행만 배구계에서 사라져 주면 이번 사태에 대한 합당한 수습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해피엔딩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 구단 프런트 등 프로구단의 구성원간 갈등은 지역과 종목을 막론하고 항상 있어왔던 일이다. 그리고 그런 갈등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모양으로 수습되지는 않았고, 이번 사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구단 역사에 오점으로 남는 일은 현재의 구단 구성원들이 감당할 몫이다. 팬들과 언론의 냉정한 평가 역시 각오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구단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과제를 팬들의 눈높이에 맞게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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