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생각의 여름', 다섯 편의 시로 읊조린 현실의 호흡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3 18: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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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주)인디스토리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영화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제출할 마지막 시를 못 끝내고 뒹굴대는 시인 지망생 ‘현실’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가는 한여름의 어느날을 담은 영화로, 김종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생각의 여름’은 영화와 시가 맞물린 작품으로 영화 속 주인공 현실이 쓴 시는 영화를 위해 따로 창작한 시가 아닌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황인찬 시인의 시를 그대로 가져왔다.
 

▲ 사진 : (주)인디스토리

‘생각의 여름’에 등장하는 황인찬 시인의 시는 총 5편으로, 2012년 출간된 [구관조 씻기기](민음사)의 ‘무화과 숲’과 2015년의 [희지의 세계](민음사)에서 선택한 ‘실존하는 기쁨’, ‘현장’, ‘오수’를 가져왔다. 마지막 한 편은 2019년 출간된 [사랑을 위한 되풀이](창비)에 수록된 ‘소실’이다.

 

그 중 ‘무화과 숲’은 김종재 감독이 영화 ‘생각의 여름’을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쓰는데, 실제 영감을 받은 시라고 밝혔다. 여담으로 ‘무화과 숲’을 지은 황인찬 시인과 그에 영감을 받아 ‘생각의 여름’을 연출한 김종재 감독이 같은 1988년생인 것도 공교로운 우연으로 느껴져 눈길을 끈다.

 

▲ 사진 : (주)인디스토리

 

장편영화 데뷔작 ‘생각의 여름’을 연출한 김종재 감독은 2011년 단편영화 ‘변절자’를 만들며 영화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연출한 단편영화 ‘영화인의 외모에 관한 고찰’은 서울 독립 영화제와 인천독립영화제의 초청을 받았으며 첫 장편영화 ‘생각의 여름’은 제 71회 홍콩 아시안 영화제에도 초청되며 신예 감독의 데뷔를 알렸다.


‘생각의 여름’은 김종재 감독이 오롯이 제작비를 마련해 만든 완전한 독립영화다. 

 

사비 외에 소셜 펀딩인 텀블벅 후원을 통해 영화 제작비를 보충했는데, 영화의 기획 의도와 시놉시스, 필름카메라 스틸 사진을 통해 후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 성공적으로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 사진 : (주)인디스토리

 

김종재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안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고백했다.

 

‘생각의 여름’ 속 시인 지망생 현실은 그런 감독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다.

 

현실은 시 쓰기가 잘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지만 결국에는 시를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다.

 

김종재 감독 역시 영화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괴로움을 겪지만 결국 영화를 찍으려고 하고 찍고야 만다. 현실에게 시는 감독에게 영화와 같은 존재인 것. 

 

“그동안 영화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앞으로도 영화와 헤어질 생각은 없다”고 말한 김종재 감독의 말에서 영화가 끝나고 난 후의 현실의 인생 또한 엿볼 수 있었다.
 

▲ 사진 : (주)인디스토리


감독을 투영한 주인공, 현실 역을 맡은 배우 김예은은 ‘생각의 여름’에서 발랄한 매력으로 관객의 입꼬리에 흐뭇한 미소가 묻어나게 만든다. 

 

단편영화 ‘고백 한 잔’(2009)으로 데뷔 후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하여 이름을 알린 배우 김예은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에서 유관순과 함께 서대문 수용소에 수감됐던 권애라 역으로 분했던 이력이 있다.

배우 김예은은 ‘생각의 여름’에 대해 “시와 더불어 만나는 인물들과의 대화로 현실이가 성장해 나가는 것들이 정말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주인공이 극적이고 특별한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생각의 여름’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으레 느끼는 권태로움과 외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 자리에 현실이가 아니라 어떤 누구의 이름을 대입해도 누구에게나 스며들 수 있는 이야기. 그래서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라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 사진 : (주)인디스토리

 

‘생각의 여름’ 속 5편의 시는 각각 영화 속 캐릭터의 테마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5편의 시가 등장하는 부분이 각 인물의 이야기를 마무리 할 때쯤 등장해 한 챕터를 마무리 짓는 마침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생각의 여름’ 속 시는 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가히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이라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시를 낭송할 때 다음 구절을 위해 숨을 들이마시는 것 또한 시의 한 부분으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생각의 여름’의 배우들은 시 속의 호흡과도 같은 역할을 해낸다. 

 

배우들이 시가 품고 있는 고유의 감성이 가장 효과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곳까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고, 마침내 등장인물끼리 가지고 있는 감정이 관객들 앞에 모두 드러났을 때 시로 정점을 찍는다.

이처럼 ‘생각의 여름’은 영화의 내용 전개 보다는 영화와 시가 어우러지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본질이 흐려지지는 않게끔 선을 잘 지킨 작품으로 여름날 한숨 낮잠처럼 선선한 감성을 전해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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