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린 나이트', 불완전한 영웅의 기이한 여정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4 16: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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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찬란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가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그 제안에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 후, 가웨인이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며 영화 ‘그린 나이트’의 막이 오른다.

‘그린 나이트’는 14세기 영국에서 집필된 2,500행으로 이루어진 작자 미상의 두운시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원작으로 한다. 

 

아서왕 전설을 다룬 이 작품은 랜슬롯과 귀네비어, 마법사 멀린, 성배 찾기와 같은 이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1925년 [반지의 제왕]의 작가 J. R. R. 톨킨이 해석해 최초로 현대어로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으면서 대중적으로 읽히게 되었다.
 

▲ 사진 : 찬란


원작은 고대의 아일랜드 서사시나 12, 13세기 프랑스풍의 기사의 사랑과 모험을 다룬 로망스 문학에 등장하는 목 베기 게임, 여인의 유혹, 획득물 교환 게임을 주요 소재로 설정해 핵심 주제인 성배 찾기, 즉 자아와 정체성 규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를 각본을 쓴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대학교 1학년 때 영문학 수업에서 서양 고전 작품을 배우면서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 시를 읽었다. 

 

감독은 한 젊은이가 승리의 대가로 터무니없는 게임에 응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고 이 시를 오랫 동안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베테랑 감독으로 자리를 잡았을 때가 되어서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각색하기로 마음먹었다.

 

▲ 사진 : 찬란


감독은 “가웨인은 개인이 어떻게 하면 완전무결해질 수 있는지 그 가치를 깨닫는 방향으로 서사시적인 탐구를 해나간다. 이야기의 뿌리인 자신의 자아를 찾아 나가는 한 청년과 관련된 기사도의 개념은 지금 시대에도 시의적절하다.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는 14세기에 쓰였지만 완전히 현대적이다. 거의 천 년 동안 같은 시대의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니 너무 놀랐다”며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각색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그린 나이트’에서 아서왕의 궁정에서 뛰어 놀며 젊음을 즐기는 자유로운 10대인 가웨인은 트집 하나 잡을 게 없는 주인공이라 불릴 정도로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감독 역시 “영화 속 가웨인은 형편없는 인물도 아니고 최상의 모습도 아니지만, 자신이 결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주인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말하기도 했다.
 

▲ 사진 : 찬란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 가웨인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데브 파텔로 드라마 ‘스킨스’ 출신이며 ‘슬럼독 밀리어네어’, ‘뉴스룸’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데브 파텔은 “한 젊은이가 자신의 자아와 씨름하고 성공을 이뤄내서 마침내 고귀하고 진실한 인간이 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는 내용에 마음이 끌렸다”고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데브 파텔은 연기 뿐만 아니라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의 성향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감독이 쓴 각본의 초고에서 주인공은 거의 구제 불능이었지만 “의문스러운 상황으로 가득한 엄청난 여정이 주인공과 함께해 나가려면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데브 파텔의 의견에 따라 이야기를 수정했다. 

 

고로 가웨인은 데브 파텔 덕에 미성숙함과 영웅성을 모두 갖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셈이다.

 

▲ 사진 : 찬란


영화는 ‘그린 나이트’라는 제목에 걸맞게 녹색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다루는 녹색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녹색의 싱그럽고 상쾌한 이미지와는 달리 음산하며 질척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는 영화의 중후하며 어두운 전개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녹색이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느낌까지 더해져 영화 특유의 괴기스러운 아름다움을 선사해준다.

‘그린 나이트’는 원작과 같이 해석상의 여지가 많으며 다소 난해하다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이해가 쉬운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원작을 읽은 후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하며 영화의 전개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문제를 풀 듯이 생각하며 감상하기 보다는 영화가 선사하는 웅장한 비주얼과 섬세한 음향에 집중하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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