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디신 20년, 라이브클럽은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

연합뉴스 / 기사작성 : 2021-03-11 1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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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공연장 특성 맞는 법령 미비…'라이브클럽법' 입법 움직임도
▲ 한산한 홍대 앞 거리 (사진 : 연합뉴스)

 

최근 홍대 일부 라이브클럽에서 관할 구청의 단속으로 공연이 중단되면서 라이브클럽을 둘러싼 제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이브클럽을 기반으로 한 국내 인디음악 문화가 이미 20년 이상 이어져 왔음에도 여전히 라이브클럽의 특성에 맞는 법령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마포구청은 지난달 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일부 라이브클럽 공연을 시작 직전 또는 진행 도중에 중단시켜 인디음악계 관계자와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현행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일반음식점에 설치된 무대시설에서 공연을 할 수 없다. 방역지침상 단속 근거는 있지만, 음식점이 아닌 공연장 성격으로 사실상 운영 중인 라이브클럽들에는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대를 기반으로 한 소규모 라이브클럽 상당수는 음료·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등의 현실적 이유로 정식 공연장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해 왔다.
 

그러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주류 판매가 아니라 뮤지션들의 공연이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음식·주류 판매도 하지 않고 좌석 간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엄격히 지켜왔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지난 8일 입장문에서 "업계 관계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현실적인 공연장 기준을 마련해 더 이상 소규모 공연장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마포구청의 단속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라이브클럽과 관련한 제도적 맹점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공연장 운영자는 10일 "라이브클럽은 공연장 성격이 짙다. 라이브클럽에 맞는 규제가 처음부터 있었다면 이에 맞는 방역 수칙을 이행하면 되는데 기존 일반음식점과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디테일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라이브클럽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할 수 있는 근거 역시 1990년대 문화계가 '라이브클럽 합법화 운동'을 통해 힘겹게 얻어낸 것이다.

이전까지 가수와 악기 연주자, 코미디언 등 대중예술인은 '유흥종사자'로 분류돼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에서는 2인 이상의 공연을 할 수 없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홍대 앞을 중심으로 라이브클럽이 생겨나 대안적 문화공간 역할을 했지만 이런 규정에 따르면 불법 영업이었다.

당시 라이브클럽 관계자들이 합법화를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벌인 끝에 1999년 대중예술인을 유흥종사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식품위생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정이 현재까지 라이브클럽 운영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임시방편 성격의 규정 대신 라이브클럽의 고유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계 대중음악 공연계 내부의 목소리다.

한 라이브클럽 업계 관계자는 "공연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라이브클럽들이) 모든 경우에 일반음식점으로만 규정이 돼 버리는 상황은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방역수칙을 지킨다면 (라이브클럽도) 공연장 기준에 따른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공연장'이 아닌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방역 기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공연장도 아니고 일반음식점도 아닌 '라이브클럽'이라는 장소의 법적 정의를 마련하고 목적에 맞는 운영 근거를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모든 장르의 음악은 사실 클럽에서 시작했다. 거기서 스타도 나오고 그 음악이 발전해 메인스트림이 되기도 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의 중요성을 사회가 인정하고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법과 제도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라이브클럽법'을 준비하겠다"는 글을 올려 이에 화답하기도 했다.

다만 현행법상 공연장 등록이 높은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입법 과정에서 라이브클럽의 시설 규정 등에 대한 세심한 검토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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