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태양의 서커스' 무대로 돌아갈 희망 버리지 않고 있어요"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20-07-14 09: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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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아이스쇼 '악셀' 여주인공 활약...1년간 117회 공연 소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귀국...'태양의 서커스' 파산 신청으로 복귀 난망

지난 달 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커스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84년 설립된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 3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연하며 최고의 서커스라는 찬사를 받아온 공연단체다.

외신에 따르면 태양의 서커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에서 공연을 중단하고, 전체 인력의 95%에 해당하는 4천500여명을 무급휴직 처리한 상태다. 회사 측은 이 중 3천480명을 일시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공연계가 마비된 상황에서 아무리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던 태양의 서커스라도 관객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장기화 되는 시련을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사진제공: 박소연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태양의 서커스의 아이스쇼 프로그램인 '악셀'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자 쇼의 주인공 '레이' 역으로 활약해 온 전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소연의 소식이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는 지난 8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박소연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지 중단되면서 귀국한 박소연은 스승인 지현정 코치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의 한 아이스링크에서 후배 스케이터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후배 선수들의 스케이팅과 안무 동작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지도해 주는 그의 모습에서 노련한 선배이자 지도자로서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잠시 후 만난 박소연은 하지만 초보 사회인으로서의 고충을 털어 놓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지금 이 시기에 사회 생활도 해보고, 안 해보던 것들도 해 보니까 '사회생활은 정말 힘들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른이 된다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박소연은 지난해 6월 서울 올림픽공원KSPO DOME에서 열린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 2019'에 출연한 것을 끝으로 '선수'로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아티스트'로서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박소연은 자신의 SNS에 "저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겨 이번 아이스쇼를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라며 "앞으로 또 다른 박소연으로 여러분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은퇴 인사를 전했다. 

 

▲박소연(사진: 올댓스포츠)

 

여기서 언급한 새로운 기회가 태양의 서커스였고, 여기서 언급된 '또 다른 박소연'은 악셀에서 그가 맡았던 주인공 레이였다. 

 

발목 부상에서 회복해 꾸준히 국내와 대회에 출전하면서 현역 선수로서의 삶을 이어가던 어느날 태양의 서커스라는 세계적인 공연단체에서 스케이터를 구한다는 제의를 받았고, 평소 투어 아이스쇼 무대에서 활약하는 꿈을 꿔왔던 박소연으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오해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부상으로 은퇴한 것이 절대 아니거든요. 부상에서 회복을 해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태양의 서커스'에서 오디션 제의가 왔고, 그 길을 선택한 거에요. 선수생활 할 때부터 저는 은퇴를 하면 투어를 하면서 아이스쇼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큰 회사인 태양의 서커스에서 캐스팅이 와서 운 좋게도 그쪽 길을 택하게 됐죠.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는 않으니까..."

 

박소연은 국내에 보도되기 전에 이미 태양의 서커스의 파산 보호 신청 소식을 들었고, 태양의 서커스 측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나중에,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지면 다시 돌아가서 공연을 할 거에요 (태양의 서커스에서도) '지금 이런 상태로 인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이런 연락이 왔었어요" 

 

박소연에게 태양의 서커스와 함께한 지난 1년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태양의 서커스와 그 단원들은 어느새 가족이나 다름 없는 존재가 됐다. 인터뷰 중 태양의 서커스를 '우리 회사'라고 지칭하는 박소연의 말투에서 능히 실감이 됐다. 

 

박소연은 지난 1년 여간 태양의 서커스에서 치른 공연 횟수 117회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 번 한 번의 공연이 박소연에게 모두 새로운 하나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선수 시절이나 아티스로서 지내온 지난 1년이나 스케이팅을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나 그 성격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박소연이 공연을 이어온 '악셀'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아이스쇼로서 뮤지컬 같은 공연이다. 박소연은 주인공인 미스터리 소녀 '레이' 역을 맡아 은반 위를 누볐다. 강렬한 전자음이 난무하는 은반 위에서 박소연은 그야말로 또 다른 박소연 '레이'로 거듭나야 했다. 

 

▲사진제공: 박소연

 

"똑같은 피겨 스케이팅의 분야지만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죠 정말 다른 분위기였고, 한 번도 시도를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해봤어요. 저 스스로 제 분위기를 많이 바꿔야 했죠. '레이' 캐릭터 자체가 좀 쎈 캐릭터여서 원래 제 이미지와는 달리 저 자신을 변화시켜야 했어요. 이미지 변신이 쉽지 않았죠. 그 동안 부드러운 분위기의 연기만 해봤지 강한 것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어려움은 이미지 변신에만 있지 않았다. 

 

선수 시절에는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 최대 4분30초만 연기를 펼치면 됐지만 악셀에서는 3분여간의 단독 연기를 포함해서 10분 가량의 시간을 은반 위에서 점프, 회전 등 각종 스케이팅 기술을 구사해야 했다. 

 

선수 시절에는 연기를 펼치기 전에 워밍업 시간을 따로 줬지만 공연에서는 백스테이지에서 잠깐 몸을 풀고 곧바로 은반 위로 나서서 고난이도의 트리플 점프를 뛰어야 했다. 연기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점프 길이기 조금이라도 길면 펜스에 쳐박힐 수도 있는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특히 백업 스케이터 없이 3주간 수 십 차례의 공연을 온전히 혼자 소화해야 했던 상황에서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소연은 공연을 거듭하면서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선택하기를 너무 잘 한 선택이었다고 느꼈다.  


"선수 시절에는 부담감이 다르죠. 압박감 같은 것이 있고...실수하면 세상이 무너진 듯한 그런 느낌이 있었죠. 그런데 거기(공연)는 부담감도 있지만 누가 판정이나 채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경기 때와는 달리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고, 공연이 끝나고 관중들한테 박수를 받을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더라고요. 그때 '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 이 길을 선택하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소연이 아티스트로서 은반위에서 펼친 연기로 관객을 감동시켰다면 관객들은 박수갈채로 아티스트 박소연을 감동시킨 셈이다. 그와 같은 감동의 교환과 교감이 박소연이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꿈꿔온 이유이지 않았을까. 

 

▲사진제공: 박소연

 

하지만 이 모든 기억과 추억을 다시 쌓아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연이 중단되고 귀국할 당시만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길어지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릴 것이라고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가 코로나 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말 마음이 안 좋았어요.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 계속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까...그런데 회사까지 파산 위기를 맞았다고 하니까 슬프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박소연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있어요. 코로나가 괜찮아 지면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어요. 같이 활동하고 있었던 아티스트들도 두손 모아 그러길 바라고 있죠. 제가 거기서 막내인데 다른 단원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줘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도 해주고 긍정적인 말들을 많이 해주죠"

 

박소연은 평소 공연 당시의 영상을 많이 돌려 본다고 했다. 공연에 대한 그리움을 달리고 공연을 통해 얻은 추억을 더듬는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 다시 공연이 재개도리 가능성이 열릴 때를 대비한 이미지 트레이닝 성격도 있다.  

 

"많이 돌려보죠. 가끔은 안무를 까먹었다는 핑계로 연습도 하고 그래요 마음의 안심을 시켜준다고 할까...무대(아이스링크)가 너무 그리워요"

 

박소연은 국내에서 아직 대학생 신분이다. 단국대학교에 재학중인 박소연은 휴학을 하고 태양의 서커스에 합류해 공연을 해왔다. 그래서 박소연은 귀국해 있는 동안 그 동안 제대로 해 보지 못한 대학생으로서의 생활을 해 볼 생각도 가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현재 하고 있는 코치로서의 생활도 꾸준히 경험해 보고 싶다. 아이스링크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박소연의 모습에서 확실히 한 단계 성숙한 스케이터로서의 모습이 비쳐지기도 했다. 이 역시 태양의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자산이다. 

"거기서 아티스트로서 많은 것을 배웠죠.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스케이팅 기술이나 안무 동작을 가르쳐 줄 때 좀 더 가르쳐 줄 것이 많아진 것 같아요."

 

아티스트로서 기량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선수시절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느낀 점도 많았다. 

"선수때는 왜 더 과감하지 못했을까. 하면 할 수 있었는데 왜 과감하게 하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선수 때는 점프에 신경 쓰느라 점프 직전에 해야 했던 안무 동작을 좀 소홀히 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공연 연습을 하면서 생각이 났죠. 거기서 스케이팅에 대한 또 다른 느낌을 받은 것 같았고, 저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요" 

 

▲사진제공: 박소연

 

후배들에 대한 레슨이 끝나고 뒷정리를 하는 사이 아이스링크 한켠에서 살짝 싱글 점프를 뛴 이후 이런저런 스케이팅 동작을 연습하는 박소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간단한 동작들이었지만 우아함과 원숙함이 묻어나는 움직임에서 그의 '본색'을 엿볼 수 있었다. 

 

파산 신청이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박소연은 다시 태양의 서커스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 믿음과 희망대로 언젠가 이 엄중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레이' 분장을 한 박소연이 수 많은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과 함께 수많은 한국의 관객들 앞에서 멋진 '악셀' 공연을 펼쳐보이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기자 역시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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